커리어 상 대기업 인사팀 중간관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룹공채 TF팀부터 시작하여 신입사원, 경력사원, 리더급, 임원 석세서까지 오랜 기간 채용을 병행하며 수시로 경력이력서를 보고, 회사와 채용 직무에 적합한 자질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분별하는 일을 10년 이상해온 본 컨설턴트도 헤드헌터 일을 하기 전에는 여러 번의 이직을 경험한 구직자였었다. 그 과정에서 네 번째 직장에 인사팀으로 합격이 된 후 우연히 본인의 면접을 본 임원의 면접평가표를 본 일이 있었는데, 거기엔 이런 메모가 적혀 있었다. “적지 않은 이직이었지만, 의미있는 변화의 시도로 판단됨!”
각각의 퇴직사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서 운좋게 입사를 했지만, 이미 한도초과 우려의 경고가 뜨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엔 첫 직장이었던 그룹사의 계열사로 그룹 선배의 권유로 인한 재입사였고, 더 이상의 이직은 생각하지도 않고 친정으로 컴백을 선택하였던 판단에 그 이상의 구직활동은 없을 줄 알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다시 구직활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선택하였고, 결론은 나의 경험치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커리어 컨설턴트가 된 것이다.
그렇게 헤드헌터가 되어서 매일 수십, 수백 명의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서 생긴 습관이 있다. 바로 이직횟수가 현저히 적은 후보자는 반드시 프로필을 저장해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대퇴사 시대란 용어가 생겨났고, 비대면 온라인 채용과 관련된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직장인들은 생각보다 이직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의 직장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커리어 관리가 안 된다거나, 지금보다 나은 기회와 처우가 주어지는 회사의 포지션을 제안 받게 된다면 누구나 쉽게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운 좋게 이직에 성공하면 향후 경력이력서 퇴직사유에 ‘스카우트’ 라고 당당하게 적는다. 하지만 이직은 한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무제한 카드가 아니다. 나 역시도 ‘프로이직러’ 라는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던 시절엔 그게 칭찬이라고 즐기던 시절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직이 일상화된 시대라고 하지만, 중간관리자 이상 포지션이나 나에게 보다 넓은 기회의 땅을 열어줄 리딩컴퍼니로의 이동에서는 명확한 계획 없는 이직횟수는 분명히 발목을 잡게 된다.
최근 16년간 한 회사를 재직하다가 첫 이직을 했으나, 출근하고 나서야 제대로 파악된 회사의 경영상황이나 조직구성이 내 생각과는 달리 성장가능성이 높지 않아서 고민이었던 후보자를 만나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안정적인 대기업 그룹사로 빠르게 옮겨드린 경험이 있다. 물론 경력의 적합성도 중요했겠지만, 적은 이직횟수가 그 후보자의 이직의 실수를 만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해 준거라고 본다.
간혹 가다 지원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잡포탈에 기재된 이력이 사실은 여러 회사의 재직기간을 하나로 합쳐서 기재해놓았다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후보자 역시 본인의 이직횟수가 서류통과에 자꾸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했겠지만, 이직 경력은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주 이직을 하는 사람은 언제든 우리 회사에서도 다시 옮길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경쟁후보자에 비해서 핸디캡을 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도 대기업에서 면접관으로서 참여할 때 그 점을 중요하게 판단요소로 여겼음을 부인할 수 없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마음과 상관없이 변화하는 리더십과 경영상황으로 인하여, 예전과 같은 업무태도와 성과로는 버겨워 지는 상황이 반드시 온다. 그럴 때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직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그 선택지는 무한정 쓸 수 있는 교체카드가 아니다. 그 어려운 상황을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내공을 그 안에서 쌓는 것이 이직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보다 향후 당신의 커리어와 보상에서 더 큰 성취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잦은 이직으로 이곳 저곳에서 쌓은 경험들이 다 내 것이고, 적응력이 뛰어난 것이니 이직도 재주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한 기업에서 조직화된 성과를 내기에는 일정 시간과 경험치가 필요하다. 커리어 성장이라는 것은 나 혼자서 업무를 잘 쳐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중간관리자로서 상하간의 중간 조율 역할로서 최적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그러한 결과물들이 승진과 보상이라는 안정적인 보답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우리 구직 후보자분들은 부디 이직관리에 조심성을 기하셔서, 내가 원하는 커리어 성취를 위한 제대로 된 길을 가실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이직횟수에는 반드시 한도가 있으니, 아껴서 계획성있게 사용하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