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이직의 시대, 대(大)퇴사의 시대로 불려지는 요즈음 ‘이직’의 무게가 예전보다 많이 가벼워졌지만, ‘면접’은 여전히 부담이 큰 커리어 여정이다. 물론 포지션의 JD와 직무 적합도가 높고, 기준연차에 맞고, 경쟁사 또는 선도 사에서 이직을 하는 경우라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 설명하는 것 만으로도 부담 없는 면접이 될 수 있겠지만, 퇴직 후 공백이 길어진 경우, 이직이 잦았던 후보자의 경우, 기준 연차보다 주니어이거나 시니어 경력을 보유한 경우, 본인의 주요 경력이 JD와 차이가 큰 경우, 기존의 직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직무에 도전해 보고 싶은 후보자들의 경우 면접경험이 많은 면접관들의 눈에 커리어상 약점이 보인다.
“좋은 회사를 다니시다가 왜 퇴직을 하셨나요?”
“공백기간이 6개월이 넘으셨는데 그 동안 구직활동을 지속 하셨나요?”
“저희 회사로 이직 하시면 네 번째 이식 이신데, 이직 횟수가 좀 많은 편이시네요?”
“주로 P.R쪽 경력이 좋으신데, 글로벌 마케팅 직무로 지원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가 대리, 과장급 연차를 뽑고 있는데, 연차가 조금 부족해 보이시는데요……
커리어상 약점이 될 수 있는 공백기간, 잦은 이직, 부족한 경험들은 면접을 통해 상당부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자는 말은 아니다.
우선 면접을 본다는 것, 서류 전형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그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생각하는 어떤 가능성들을 보고 면접을 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긍정 요인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무엇보다 회사는 해당 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후보자의 설명에 따라 약점을 이해할 준비도 되어있고, 면접을 통해 충분히 검증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약점에 대한 답변일수록 답변은 명확하고 자신감 있는 톤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약점을 질문을 받았을 때 흔히 하는 실수는 위축되어 자신 없는 바디 랭귀지를 보이거나, 약점을 설명하기 위해 과도한 배경 설명을 하다가 포인트 없이 중언부언을 하거나, 같이 일했던 상사나 동료들에 대한 네거티브로 무리수를 두다가 면접관의 2차 질문을 유발하는 경우다.
“팀장님과 사이가 안 좋아지시면 또 이직을 하실 수도 있겠네요?”식의 2차 질문을 받는 것은 자살골을 넣는 상황과 같다.
약점에 대한 좋은 답변은 면접 관이 납득할 수 있는 Fact를 기반으로 최대하게 답변하여 면접관의 판단을 돕는 것이다.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했습니다. 유학준비를 위해 계약직으로 근무를 했었는데 때마침 코로나가 터지면서 유학을 못 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6개월여 만에 ABC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짧지만 두 번의 이직과 졸업 후 긴 공백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다른 산업으로 옮기려는 후보자의 약점 질문을 한번 보겠다.
“패션 쪽 마케터로 대부분의 커리어를 쌓으셨는데 화장품 마케팅 중심의 경력자들과 경쟁이 가능하실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입사만 시켜 주시면 뭐든 하겠다 식의 정신 승리를 하거나, 패션 마케팅은 화장품 마케팅 보다 더 난이도가 높으니 패션을 한 사람은 어떤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라는 식의 억지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오히려 면접관의 의견을 존중하며, 본인이 유리한 지점으로 관점을 옮겨 오는 것이 좋겠다.
“면접관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산업간에 경험의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2020년부터 XYZ라는 미국 패션 브랜드의 한국 마케팅을 담당했습니다. 본사 가이드에 따라 기존 ATL, BTL중심의 레거시 미디어를 모두 최소화하고, 오직 SNS 중심으로만 3년간 모든 예산과 리소스를 집중했었습니다. 최근 K-뷰티의 성공방정식인 차별화된 상품, SNS마케팅, 채널 믹스의 관점에서 저는 국내에서 SNS마케팅에 관한 한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유형의 activity를 전개해봤다고 자부합니다.”
화장품 회사 면접 관들에게 유사한 느낌의 화장품 마케터들 사이에서 타 산업에서 온 패션마케터에 대한 의구심을 호기심으로 바꿔줄 수 있는 답변이다. 산업간의 차이를 SNS라는 트랜디한 키워드를 활용하여 핵심 역량에 대한 판단 기준을 재고해볼 기회를 주는 좋은 답변이다.
이력서는 보면 누구에게나 약점이 더 잘 보인다. 면접관에게도 후보자 본인에게도. 면접의 성패는 약점을 잘 극복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점은 준비 없이도 어느 정도는 잘 답변할 수 있다.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예상되는 약점 질문을 미리 뽑아보고, Fact기반의 간결한 답변을 미리 준비하여 가시기를 권하고 싶다.
글을 맺기 전에 짧지만 효과 있는 면접 필살기도 하나 나누고 싶다.
대부분의 면접에서 면접 말미에 “저희 회사에 궁금하거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잠시 시간을 드릴 테니 한번 해보세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의외로 많은 후보자들이 이 흔한 질문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아 이미 궁금한 것들 잘 설명해 주셔서...괜찮습니다." 식 소심함을 보이거나
"연차 수당 주나요?"
"주택 지원 대출 얼마까지 해주나요?"
"의료 복지 부모님까지 커버 되나요?"
"셔틀버스 시간......" 등 민생고(?)와 관련된 작은 질문을 하곤 한다.
면접관 입장에서 필자는 후보자가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해준다면 좋겠다.
"면접관님께서 ABC 직무 담당자로 지원한 제게 기대하시는 바를 좀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질문이라면,
필자는 잠시 면접관의 본분을 잊고, 매우 순수한 마음으로 회사가 해당 직무에 기대하는 정답을 친절하게 답해줄 것이다.
이 지점에 기회가 있다.
"진심 어린 답변 감사 드리고요, 사실 면접 과정에서 말씀을 다 못 드렸지만, 제가 말씀하신 이런 저런 프로젝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 깔끔하게 숨어있던 1포인트를 따며 면접을 마무리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은 때론 면접관을 무장해제 시킨다.
면접을 잘 보고 싶다면, ‘약점’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때론 면접관에게도 좋은 질문을 시도 해보자.
긴장되는 면접의 순간에 긴장감을 덜어주고 때론 면접이 즐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곽상원 컨설턴트 / sangwonk@nterw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