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는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업무만 최소한으로 수행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반대로 조용한 채용은 기업이 인력을 충원할 때, 정규직 공채 대신 내부 인재 재배치, 계약직•프리랜서 활용으로 빈자리를 메우는 방식입니다. 서로 다른 개념 같지만, 사실은 같은 흐름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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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조용한 퇴사’가 늘어난 이유
2024년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절반 이상(51.7%)이 스스로를 “조용한 퇴사 상태”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8~10년차(57.4%), 5~7년차(56.0%) 직원들이 두드러졌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연봉•복지 불만족(32.6%), 업무 열의 저하(29.8%), 이직 준비(20.5%)가 주요 원인이었죠.
사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 갤럽 조사에서도 전 세계 직원의 59%가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한국은 여전히 **OECD 상위권의 긴 노동 시간(연 1,872시간, 2023년 기준)**을 기록하고 있어, 과로와 낮은 보상이 맞물린 특수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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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대응, ‘조용한 채용’
기업 입장에서 사람은 부족한데, 채용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5년 한국 기업의 60.8%만이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정규직을 늘리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대신 기업들은 이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내부 인재 재배치: 기존 인력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겨 인력 공백을 줄임
● 외부 전문가 단기 활용: 계약직•프리랜서•파견직을 필요할 때 투입
● 스킬 중심 채용: 학력이나 연차보다, 지금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 제공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0%가 향후 3년 내 조용한 채용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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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에게 주는 메시지
그렇다면 구직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첫째, 스킬 중심 경쟁력 확보입니다. 기업은 더 이상 “잠재력”보다 “즉시 투입 가능한 역량”을 중시합니다. 특히 AI 활용 능력, 특정 직무 툴 경험, 프로젝트 단위 성과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둘째, ‘조용한 퇴사’가 단기적 방어막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커리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라리 “조용히 퇴사”할 시간에 “의도적 이직 준비”를 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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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담당자에게 주는 메시지
기업은 조용한 채용을 통해 인력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직원 몰입도를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결국 또 다른 조용한 퇴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공정한 보상과 투명성: 직원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가져야 합니다.
● 하이브리드 인력 전략: 정규직과 외부 인력을 균형 있게 운영해야 합니다.
● 이직 예방 관리: 직원이 조용히 멀어지는 신호를 빠르게 포착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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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퇴사’와 ‘조용한 채용’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같은 현실을 비추고 있습니다.
직원은 더 이상 회사에 인생을 다 걸지 않겠다고 말하고, 기업은 정규직만으로는 조직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 사이에서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손익을 따지는 태도가 아닙니다. 구직자와 기업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간극을 줄여나가는 대화입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느끼는 건, 결국 중간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시장이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구직자가 원하는 방향과 기업이 찾는 인재상이 어긋나더라도, 대화와 조율을 통해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용한 퇴사와 조용한 채용이 맞부딪히는 지금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대신 함께 더 나은 일의 방식을 만들어 갈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원석 컨설턴트 / lws@nterway.com